제2회 마더스스토리 공모전 약사 [편지]부문

마더스상

어제 싸운 우리

유혜지 약대생

우리 어제 또 싸웠네, 엄마. 엄마 뱃속에서 열달 꼬박 엄마랑 한몸으로 있던 자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엄마도 참 놀랍지? 사람과 함께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은 딸, 밥은 꼭 먹어야하는 엄마, 밥 대신 빵이 좋은 딸, 꼼꼼하고 야무진 엄마, 덤벙대고 허술한 딸… 성격부터 입맛까지 우린 참 다르고, 가끔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다퉈. 어제 그런 것처럼 말이야. 그렇지만 엄마, 우리는 다투기에 또 알아가. 나는 ‘나’에 대한 것 밖에 몰라서, 엄마 같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세상엔 엄마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엄마를 통해서야 아는 거야. 어제의 나는 몰랐던 엄마를 오늘의 나는 조금 더 이해하고 있어. 스물이 훌쩍 넘었지만 엄마를 다 알지 못해. 엄마가 나를 아직도 알아가는 것처럼... 우린 너무 달라서 서로를 아는 속도가 느린가봐. 그래도 엄마도 나도 잘못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엄마. 그래서 나한텐 우리가 다투는 게 마냥 속상한 일은 아니야. 서른이 넘을 때까지 엄마는 나를 만난적 없기에 나에 대해 몰랐고, 이제 겨우 스무해 남짓 우린 서로를 알아가고 있어. 어떻게 엄마가 나에 대해 다 알겠어. 하지만 우린 한해 한해, 배우고 있잖아. 엄마는 나를 조금씩 더 이해하고 있고, 나는 평생 엄마에 대해 배우는 중인거야. 나는 분명 나보다 앞선 삶을 사는 엄마를 계속 배워야할거야. 앞으로 달라질 60대, 70대, 80대의 엄마를 새롭게 이해해가겠지. 그 과정에 종종 목소리를 높이게 되더라도 그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믿고 있어. 그러므로써 엄마를 더 알게 되니깐. 어제 싸운 우리는 오늘 서로를 더 잘 알고 있어. 엄마의 상처도, 속상함도, 일상에서 굳이 꺼내지 않아오던 엄마의 속 이야기도… 나를 더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사랑에 대해서도 말이야. 어제 엄마가 이렇게 서로 달라서 엄마가 밉지 않냐고 물었지? 엄마, 나는 엄마가 평생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것만 좋아하는 이런 나도 인정해가는 엄마이기에 사랑해. 우리는 처음부터 맞진 않았을 지언정, 앞으로도 서로를 모르고 사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엄마, 평생을 서로에 대해 배우자. 우린 채워야할 서로에 대한 여백이 많으니까. 영영 그려진 것이 보이지 않아 이해하지 못할 깜깜한 검은 도화지가 아니라 서로 모르기 때문에 채울 수 있는 백지일뿐이니까. 한 명도 서로 똑같지 않는 세상 사람들 중에 나를 알아가려는 엄마를 만나서 행복해. 다투고, 화해하고, 무지했다가 인정하고, 엄마를 배워가는 모든 과정 속에서 엄마를 사랑할게. 사랑하는 딸이.